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것

국민대학교 입체미술전공 박초록

2024 / 레진, 스테인리스 스틸, LED / 가변설치



기억과 망각은 마치 인간의 소화과정처럼 필연적 존재이며 그 모습 또한 유사하다. 

한때, '망각'이라는 기능을 증오했던 적이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할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며, 망각은 인간성을 없애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망각'은 언젠가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존재로 다가왔고, '망각' 없이 삶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점은 본인 작업의 주요 지점이다. 

'기억'은 결코 완벽하게 현실 속에 재현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들은 변형되고 왜곡되며, 잊히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어쩌면 인간의 소화과정과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음식을 섭취하면 영양분은 흡수되고, 필요 없는 것들은 배출되듯, '기억' 역시 우리 몸속 어딘가에 흔적들을 남기고, 잊히기도 하며 같은 과정을 거친다. 

본인은 작품을 통해 기억과 망각의 과정이 인간의 소화과정과 유사하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작품 속 빛은 기억을 상징하며, 이 빛은 외부의 물리적인 것들에 의해 쉽게 변모한다. 

이러한 모습은 왜곡과 변화를 거듭하는 기억의 모습과 닮았다. 

빛은 인체의 대장 형태로 만들어진 작품 속에 흐르며 변화하는 기억을 보여주고, 이러한 빛의 흐름을 막는 검은 존재들은 망각의 순간을 보여준다. 

이 작업을 통해 기억은 우리 삶의 소중한 일부지만, 망각 또한 때로는 삶을 이어가게 하는 필연적 과정이라는 점을 발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