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 도자예술전공 김나현

가변설치 / ceramic, pen on panel / 2024



지금 이 지점에서 내 정체성을, 혹은 본질을 정의해 보자면 취약함이다. 취약함은 경계 위에 있는 것이다. 

변질되기 쉬운. 한 가지 상태에 머무르기 어려운. 통제할 수 없고 또 나약한 어떤 것. 

그러나 결코 취약함이 부정적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변질되기 쉽다는 것은, 다른 요소와 관계 맺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약함은 이전의 나를 깨트리고 나아가 또 다른 나, 그 다음의 나, 다시 그 다음의 나를 찾아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 가능성은 취약함이 경계 위에 있을 때 발생하기에 성립된다. 

경계 위는 경계 안팎의 존재들을 연결하는 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취약함은 곧 계속되는 변화를 말한다.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살아나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취약함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라면, 그것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변화하는 신체는 유동적이며, 계속해서 확장하는 상태다. 취약한 신체는 껍질을 벗어던지는 모습이어야 한다. 

벗겨져 나가는 껍질은 다른 것과 자신을 나누는 경계, 피부를 허물며 뻗어나간다. 

온전한 피부란 나와 다른 것을 가르는 경계이자 수행적으로 덧입혀진 낡은 정체성이다. 

껍질을 벗어던진 몸뚱이 그 자체, 운동하는 덩어리만이 남아야 한다. 

피부를, 낡은 껍질을 들어내면 그 속에서는 피와 고름, 땀, 배설물과 같은 액체들이 빠져나온다. 

그것들은 신체 밖으로 나와 점액질이 되어 튀기고 흐르며 경계를 침범하고 넓혀나간다. 

완결된 신체는 운동을 멈추고 지루하게 응고된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변화의 모습이란 이처럼 미완의 신체, 취약함을 띠는 상태여야 한다. 

계속되는 그리고-, 그 다음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