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자리

이화여자대학교 도자예술전공 김나현

가변설치 / ceramic / 2024



나는 내게 내재된 감시자를 감지한다. 


감시자는 내게 속삭인다. 여자니까 이렇게 하시오-, 저렇게 하시오-. 

그 속삭임은 내게 여자라는 구속복을 채워 이분법의 경계 밖으로 내몬다. 

하지만 나는 그로부터 벗어나기를 갈망한다. 

여자라는 정형화된 관념과 완결된 몸은 나를 가두는 견고한 경계다. 그것에 구속된 상태로는 계속해서 변화할 수가 없다. 

이분법의 경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음으로 파괴해야 할 것은 여자라는 몸의 경계다.

그러나 여성이 되는 것과 여자가 되는 것은 이미 죽어도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딱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게 씌워진 껍데기를 벗겨내버리고 싶다. 낡은 살가죽을 탈피해야 한다. 

헐벗은 몸뚱아리만이 남아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취약한 몸이다. 


그렇게 너절하게 파괴된 취약한 몸이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감시자로부터 벗어나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