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진 입술, 젖은 손가락, 그리고 접속하기

이화여자대학교 도자예술전공 김나현

가변설치 / ceramic / 2024



일상 속에서 가장 변화하기 쉬운, 변화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순간은 언제일까? 

나는 그중 하나가 식사 자리라고 생각한다. 

식사를 할 때 신체에는 수많은 변용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손끝에 닿는 식기의 촉감. 음식의 향과 맛. 온도와 같은 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음식과 음료를 섭취하면서 신체 내부에도 변화가 생겨난다. 

타액이 분비되고, 턱은 바쁘게 움직인다. 

식도는 음식물을 아래로 내려보낸다. 

위장은 그것들을 소화시켜 몸에 필요한 에너지로 전달한다.

타인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는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특히나 술을 곁들인 식사 자리에는 여러 대화가 오가기 마련이다. 

타인과 함께하는 평범한 식사 자리를 떠올려 보자. 


A와 B, 두 사람을 위한 음식과 마실 것들. 

길고 가느다란 면 뭉치가 뜨겁고 축축한 소스에 범벅이 되어 그릇에 담겨 있다. 

A는 그것을 무심히 헤집어 자신 앞으로 옮겨 담은 뒤 포크와 숟가락으로 돌돌 말아 그의 벌어진 입 사이로 조심스레 밀어 넣는다. 

입안은 데워지고 음식물은 잘게 부수어져 타액과 섞인 채로 식도를 따라 아래로 아래로…. 

A는 곧 자신의 몸 전체가 훈훈해지는 것을 느낀다. 

B는 음식보다 대화에 더 관심을 보인다. 

긴장을 해소하려 한 모금, 찬 와인이 몸을 데운다. 

손바닥은 땀으로 촉촉이 젖어간다.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진다. 음식은 점점 차게 식어가고, 초는 뜨겁게 녹아 흘러내린다. 

와인은 바닥까지 비어가고, 담배꽁초는 하나 둘 재떨이에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