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112hr

단국대학교 서양화과 최지혜



기억은 시간이 지나 흐릿해지고, 무뎌지고, 잊혀지고, 희미해지고, 바래고, 구름이 끼고, 녹도 슨다.
그 기억의 피부인 사진은 빛바랜 초록과 미세한 핑크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래서 다시 붙잡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해외여행에서 필름 카메라로 찍은 흑백 필름을 2년이 지난 뒤 현상했다. 흑백으로 현상되어야 할 사진은 우연히 색이 바래 연한 초록색과 미세한 핑크색을 띠고 있었다. 필름의 색이 바뀐 이유는 필름이 공기와 오랜 시간 맞닿아 산화 되었기 때문이다. 현상된 사진의 바뀐 색감은 오래전 여행에 대한 안 좋은 것들은 잊게 하고, 좋았던 기억만 남아 미화 되었다.
실재 하는 기억의 사진을 실재 하지 않는 색감으로 캔버스에 옮김으로써 흐릿해진 기억을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