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시간이 지나 변할지라도 지금은 틀림없이 소중해

서울여자대학교 현대미술전공 여주현

2024 / Ticket, Plectrum, Pen, Paper on wood, panel / 64.9x52.8cm



이별 후에 함께 갔던 전시나 연극의 티켓 모아둔 것을 정리했다.
문득 함께했던 티켓을 보면 그날 어디에 갔었고, 무엇을 먹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련의 데이트 코스가 모두 떠올랐다.
자연스레 그 사람도 생각났다.
티켓은 그때로 나를 데려다 놓는 힘이 강해서 이것으로 작업의 힌트를 은유적으로 나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밀 연애를 하며 얻게 되는 양극단의 감정과 양면적인 상황 속에서 줄타기하는 현상 자체이다. 

밖에서는 공표된 연애를 하고, 집에서는 연애는 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척 하는 첩보극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꽃은 실용적이지 않고 시들면 버릴 수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시든 꽃다발은 선물해 준 사람이 내게 어느 정도의 사람이냐에 따라 비교적 쉽게 버릴 수도 있는데, 특정 사람의 것은 도저히 버릴 수 없어 ‘내가 왜 이걸 버리지 못할까’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문득 방 안의 시든 꽃이 시야에 들어오면 그 사람이 생각나며 그리움과 슬픔의 점철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이 꽃을 버리면 이사람의 흔적마저도 내 인생에서 영원히 지워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든 꽃다발을 간직하는 행위는 꽃을 선물해 준 사람을 영원히 간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