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흉터에 입을 맞춘다는 건 III

추계예술대학교 판화미디어전공 박보우

90.5×70.5cm / ed.1/12(12+A.P.8) / 종이에 석판 /2024



스무 살, 병리적 개인사를 겪으며 삶을 통제할 힘을 잃고, 나 자신을 감각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혼란스러운 내면 속에서 방향을 잡고 싶었지만 속은 까맣고 지저분하게 얽혀 있었다. 

그래서 해부 영상을 보며 타자(他者)의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누군가의 살을 찢고 그 안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기묘한 해소감과 안정감을 주었고, 마치 나의 속을 은유적으로라도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언젠가 내 작업이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 본인에게조차 깊게 맞닿아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닿길 바란다. 

아주 작은 덩어리라도 그 공허한 곳에 놓여지길, 우연히라도 서로의 껍데기에 입 맞추길, 서로의 슬픔보다 더 오래 살아남길.